-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 이수형 지음꼬리를 무는 생각 2023. 11. 17. 08:50
서울대학교를 수석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현재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자란 케이스이다.
치열하게 살아오며 느낀 한국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여타의 자녀교육이나 입시에 대한 책들과 뭔가 다른 게 있을까 싶어 읽어보았다.
과연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하지만 가장 첫 장의 제목을 읽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일자리가 교육의 성패를 가른다.'
대학이 목표가 되면 안 되고 최종적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느냐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현직 대학교수의 생각이 이렇다는 게 가장 절망적이었다.
지금의 대학은 직업훈련학교가 맞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구절절하게 위로가 될 만한 얘기들도 적당히 섞여 있다.
대학과 직업은 비례하지 않는다거나 성적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거나 한국의 인스턴트 학습 문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대학을 나온 이의 평균 월급이 더 높으니 그래도 대학은 안 나오는 것보단 나오는 게 낫다는 것이다.
왜 아이들이 건강보다 성적을 챙길 수밖에 없는지, 인스턴트 식으로밖에 학습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잘못된 제도라도 거기에 잘 적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결국 수박 겉핥기식의 문제제기와 이에 따른 결론은 뻔했다.
인공지능의 영향력에 따라 일자리가 변함에 따라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도 뭔가 수치와 그래프로 많은 자료를 제시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문과보단 이과를 선택하라는 이야기다.
경제학과 교수의 철학이 고작 이렇게 끝맺음되다니 더욱 암울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점점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쏙 빠졌다.
'국영수를 잘해야 한다.'가 결론이다.
현실 이슈에 맞서는 지혜라며 영어유치원은 보낼 필요 없으나 어릴 때부터 영어에 노출이 돼 발음이 좋은 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영어를 절대적으로 잘할 필요는 없지만 부족한 영어 때문에 본업에서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다음 장의 제목은 '그럼에도 필요한 영어 능력'이다.
작가 본인은 너무나도 치열하게 노력해서 이 교육제도와 사회체계에 잘 적응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정립이 안 돼있는 것 같다.
물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자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많은 이들이 '불안감' 때문에 선행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
부모가 스스로를 먼저 잘 챙겨야 한다는 것.
하지만 책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어찌 됐던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알맹이가 빠진 얄팍한 견해보다는 대학교수가 바라보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을 위한 제안을 듣고 싶다.
'꼬리를 무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루지 - 개리 마커스 지음 (2) 2023.12.0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1) 2023.11.27 더 시스템 - 스콧 애덤스 지음 (1) 2023.11.10 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 장문정 지음 (2) 2023.11.03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곽재식 지음 (1)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