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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곽재식 지음꼬리를 무는 생각 2023. 11. 1. 08:50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작문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을 때,
‘ 어, 나만 이런 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위로가 되었다.
꿈을 꾸다 일어나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처 적어놓지 못한 건 거짓말처럼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감도 잡을 수 없을 때조차 많다.
그래서 무조건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나의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의 구조가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핸드폰의 메모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타이핑조차 귀찮거나 마음이 급할 때는 음성 녹음 기능을 이용했다.
그렇게 저장된 메모들이 이젠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끝맺음된 글은 몇 개 없다.
아이디어를 끄적이다 끝나거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끝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 책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지 않으려면……끝까지 써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어떤 글이든 술술 읽히게 쓴다는 것은 분명 잘 쓴 글이다.
그만큼 작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까?’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팁을 공유해 보자면,
- 일단 쓰자.
- 좋은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개떡같이 써놓고 나중에 고치자.
-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확보하자
- 생업 와중에 ‘이런 힘든 일 대신에 글쓰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심리를 이용해서 글을 쓰자.
-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또는 일주일에 다섯 시간 정도를 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
- 마감 시간을 지키자.
- 계약 없이 쓰는 글이라고 해도 마감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서 글을 쓰자
- 마감을 지킬 수 없는 일정이라면 계약 전에 일정 변경을 요청하자.
- 시작된 글은 마무리 지어놓자.
- 마무리 짓기 쉽도록 일단 짧은 글로 시작하자.
- 중간에 끊기 쉽도록 긴 글이라도 짧게 나뉠 수 있는 형태로 글을 쓰자.
- 실제로 글을 쓰기 전에 소재나 구상만을 떠들지 말자.
- 원고료나 계약금을 주지 않으면서 계속 원고를 고치라고 하는 사람은 적당한 선에서 끊어내자.
- 백업을 잘하자.
- 글을 신나게 오랫동안 쓰게 되면 멈출 수밖에 없을 때까지 이어서 계속 쓰자.
- SNS나 블로그는 구체적인 범위의 좁은 주제에 대해 쓰는 편이 유리하다.
- SNS에서 하는 비판은 너무 과격하거나 무례해지지 않도록 하자.
- 다른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을 글 쓰고 싶은 의욕으로 연결하자.
그래서 나도 일단 쓰기로 했다.
어차피 나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좋은 글’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쓰기로 했다.
짧던 개떡 같던 써보라니 그냥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의 흐름이 자꾸 끊기게 된다.
손으로 쓰면 필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손이 아파서, 고치기가 힘들어서 라는 이유로 타이핑을 선택했으나 오타를 고치느라 이전 문장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 자꾸 잊어버리고 방향성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화면이 아닌 자판을 보며 글을 쓰기로 했다.
어차피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글을 쓸 때는 오타에 신경 쓰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 따라가 보기로 했다.
글을 다 쓰고 난 후 다시 읽어 내려가며 오타를 수정하는 걸로.
간혹 ‘이건 뭐라고 쓴 거지?’ 할 정도의 심각한 오타도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글쓰기가 나의 생계수단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통한 수입이 생긴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런 힘든 일 대신에 글쓰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심정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꼭 아침 글쓰기가 아니어도 되지만, 나의 경우 시간을 내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이었다.
하루 일과 중에도 틈틈이 글을 쓰겠지만, 아침 한 시간은 규칙적으로 글 쓰는 시간을 확보했다.
비록 마감이 없는 글쓰기지만 그날 쓰기 시작한 글은 꼭 마무리 짓도록 했다.
자꾸 욕심이 생겨 수정하다 보면 한 시간 안에 끝내는 게 버겁기도 하고, 그렇게 고쳤음에도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날의 생각과 글은 그날 일단 마무리하는 걸로 정했다.
그러고 나니 점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글들이 늘어났다.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며 그다음 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글의 길이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생각이 짧으면 짧은 대로 글도 짧게 마무리 지었다.
신기한 건, 오히려 조각 같은 짧은 글들이 서로 연결이 될 때가 많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의 생각들이 단편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생각들의 접점을 찾지 못했었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이 멈춰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 생각들을 연결 짓다 보면 새로운 글이 써졌다.
재밌는 아이디어는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단어 하나라도 적어두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다시 생각해내려 하면 전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고 아까웠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모여 또 하나의 생각 덩어리가 되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민은 ‘구체적인 범위의 좁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라는 점이다.
아직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릿속엔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아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중이다.
아닌 것은 ‘삭제’하면 되니까.
무엇인가를 완성해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분명 있다.
일단 쓰고 완성하자.
수정은 언제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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