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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은 가장 후하게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8. 08:50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니 긴장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짐들을 찾으러 간 컨베이어 벨트 앞에는 이미 다음 비행기의 수하물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으나 우리의 짐 8개와 카시트는 한쪽 벽 앞에 가지런히 내려져 있었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내린 데다가 입국심사를 하느라 늦어지는 동안 혼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짐들을 아마 따로 빼놓은 모양이다.
다행히도 분실된 것이나 파손된 것 하나 없이 모두 무사했다.
한쪽 구석에 누가 정리해 놓은 듯 가지런히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니 엄마 잃은 아이들 같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슷비슷한 짐들 속에서 잘 찾을 수 있게 형광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놨는데 그게 더 짠해 보였다.
‘늦게 와서 미안해.’
그때, 한 남자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 봐서 알고 있던 '포터', 이른바 공항 짐꾼이었다.
국내선으로 경유를 하려면 수하물을 다시 부쳐야 하는데, 그때 카트에 실어서 옮겨주고는 팁을 받는다고 했다.
애초에 포터에게 짐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수하물 허용 무게를 꽉꽉 채운 짐 8개, 게다가 그중 두 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무게를 늘려서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이제 막 입국 심사를 마친 얼떨떨한 상태에서 포터가 다가와 영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순간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다.
포터가 커다란 카트에 우리의 짐을 하나씩 올리는데 제지할 정신도 없었다.
각자 배낭을 하나씩 매고 기내용 캐리어를 끌며 멍하니 포터의 뒤만 졸졸 따라갈 뿐이었다.
이때 분명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No, thank you.
불과 50미터 정도 카트를 끌고 갔을까?
수하물 수속하는 곳은 정말 바로 코앞에 있었다.
포터가 해 준 일이라곤 카트에 가방 8개를 차곡차곡 쌓아서, 아주 매끄러운 공항 복도를 약 50미터 정도 쓱 밀고 와서 수하물 검색대에 내려준 것뿐이었다.
'팁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겨를 도 없이 얼떨결에 손에 들고 있던 20불을 내밀었다.
받아 드는 그 역시 의외라는 듯 흠칫 놀라며 환한 미소로 우리에게 연신 땡큐를 남발했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선 탑승하는 곳까지 따라와선 검색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둥, 주머니에 있는 건 다 꺼내라는 둥 계속 뭔가를 알려주고 싶어 하며 엄청난 친절함을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5불이면 충분했을 팁을 20불이나 받았으니 그로서도 얼마나 횡재였을까...
이 호구 같은 아시안들이 고마우면서도 짠해 보였을까?
'이 어리바리한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막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미국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 TOP 5 ' 안에 들 것 같다.
애틀랜타 공항에서의 미국의 첫인상이 '친절함 가득한 환영'이었던 것으로 20불의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가끔 누워있다가 이불 킥을 하게 만드는 이 사건은 그 후로 팁을 줘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팁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포터한테도 20불이나 줬는데 뭐... 이 정도 서비스에 5불은 아무것도 아니지.'
덕분에 미국에서 팁을 줄 때마다 아까워하는 대신 관대해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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