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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만에 시차적응 끝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9. 08:51
전날 밤 짐을 싸느라 밤을 꼴딱 새웠는대도 비행기 안에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설레고 긴장돼서 그랬을까?
아틀랜타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신나고 쌩쌩하던 아이들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국내선으로 환승을 한 후엔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곯아떨어졌다.
집을 떠난 지 거의 20시간 만에 드디어 Durham(더럼)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까지도 잠에 취해 있던 아이들은 여전히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하물을 찾아 카트에 싣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늦은 오후였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픽업트럭 기사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우리가 있는 곳으로 바로 와주셨다.
일반 택시나 우버차량에는 우리의 짐들을 다 실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리 한인업체를 통해 예약해 둔 건데 여유 있게 실리는 짐들을 보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말 통하는 한국분이 우리를 공항에서 픽업해서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게 너무나도 안심이 되었다.
더럼 공항은 캐리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우리의 새집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아이들은 다시 잠에 빠졌다.
픽업해 주시는 분이 미리 아파트 열쇠를 받아놓으신 덕분에 우리는 바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은 깨끗하고 적당한 크기의 2 bedroom 2 bathroom의 아파트였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 똑같아서 왠지 친숙함마저 느껴졌다.
냉장고나 전기레인지 같은 부엌의 빌트인 기기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밤은 맨바닥에서 자야 할 판이었다.
할 수 없이 픽업기사님과 함께 코스트코에 다녀오기로 했다.
공항 픽업 서비스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었지만 기사님께 팁을 후하게 드리기로 하고 부탁드려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원래는 도착 다음날 렌터카로 마트를 돌며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아파트를 보니, 매트리스 위에서 잠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봐도 정말 잘한 일이었다.
코스트코는 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가는 차 안에서도 내내 졸던 아이들은 코스트코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엄마, 우리나라랑 똑같아요. 우리나라 같아요!”
‘이거 원래 미국 거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미국적인 마트에서 한국을 느끼다니.
어쨌든 익숙하게 카트를 끌며 빛의 속도로 마트를 돌며 매트리스와 베개, 쌀, 냄비세트, 일회용 그릇(접시, 컵), 휴지, 생수, 우유, 시리얼 등 당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 생필품들을 담았다.
내친김에 커다란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아이들 간식거리까지.
내 평생 코스트코에서 단시간에 그렇게 큰돈을 쓴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현금으로.
아파트에 돌아오자마자 각자의 역할분담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가장 먼저 돌돌 말린 매트리스를 뜯어 펼쳐내어 우리가 잠자기 전까지 충분히 부풀수 있게 했다.
점점 두툼해지는 매트리스를 보니 저절로 피곤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새로 산 냄비세트를 뜯어 깨끗하게 씻었다.
가장 작은 편수냄비엔 밥을 안치고 가장 큰 프라이팬엔 소고기를 구웠다.
아이들은 우리가 가져온 짐들을 거실 한쪽에 가지런히 눕혀놓고 아이템별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들은 옷장에, 세면도구는 화장실에, 식료품은 부엌에.
어디에 둘지 의논하며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정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갓 지은 하얀 쌀밥과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와 마늘장아찌까지 꺼내 놓으니 근사한 상차림이 되었다.
기내식은 먹을 땐 재밌고 기분 좋지만 연달아 두 끼를 기내식으로 먹는 건 여행의 피로도를 더 높인다.
맛있는 김장김치를 따뜻한 밥에 얹어 먹으니 긴 여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짐을 쌀 때는 '괜히 미련하게 김치까지 들고 가는 것 아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걸 두고 올 생각을 하다니.
저녁식사 후 가볍게 샤워를 하려다가 욕조에 물을 받았다.
따끈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누워있으니 지난 48시간의 일들이 꿈같이 느껴졌다.
무게를 맞춰 짐을 싸느라 꼴딱 새운 지난밤부터 공항에서의 대기, 기나긴 비행, 입국심사, 그리고 국내선까지.
코스트코에서의 스피드 쇼핑까지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버틴 나는 노곤노곤한 기분으로 욕실에서 나와 푹신한 새 매트리스에 누워 다음날 아침까지 완벽한 숙면에 빠졌다.
그 덕분에 밤낮이 완전히 뒤바뀐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되었다.
미국 도착 단 이틀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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