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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니까 불안한거지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 08:50
불안감은 무언가를 알아서라기보다는 모를 때 더 크게 느껴진다.
익숙한 생활을 벗어나 너무나도 낯선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파워 J, 계획형 인간 그 자체인 나에겐 가장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미지의 세계도 아니고 이미 사람들이 잘들 살고 있는 곳인데, 우리라고 못 살 게 없지.’
일단 용기 내어 결정은 되었으니 이제 필요한 건 정보다.
나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알고 있자.’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검색해 보는 거였다.
앞으로 내가 겪게 될 일들에 대한 일종의 예방주사랄까?
Cary(캐리), 사람 이름인 듯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름의 이 도시는 한창 건물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는 신도시였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 검색엔진을 샅샅이 뒤져 우리가 살게 될 동네, 아이들이 다니게 될 학교, 마트, 도서관 등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도시라서 그런지 살고 있거나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별로 없었다.
급기야는 영어로라도 돼있으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외국인들의 후기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비록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처음엔 낯설기만 하던 것이 점점 그 동네가 익숙하게 느껴졌고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았다.
조금씩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고, 나도 나중에 내가 경험한 일들을 공유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좀 늦었지만 이렇게 일 년간의 기록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한 번은 아이들이 다니게 될 학교에 대해 검색하다가 지역맘 카페에서 바로 작년에 그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었다는 분의 후기를 발견했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몇 줄 밖에 안되었지만, 학교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DM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은데, 그때는 하나라도 더 알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불쑥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캐리에서 살고 계시거나 살다 오신 분들의 후기를 찾아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저희 아이들도 같은 학교에 배정될 것 같은데 혹시 제가 학교에 대해 몇 가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감사하게도 바로 답변이 왔고 직접 만나 차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신도 가기 전에 얼마나 막막하고 불안했는지 잘 안다고 하시며 같은 엄마로서 아이들의 학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 주셨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인근의 생활권에서 이용하면 좋을 곳들과 실제로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꿀팁들까지 세세히 알려주셨다.
일 년 동안 방학이 네 번 있으니 여행계획도 미리 세워서 가능한 많은 곳을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처음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너무 편안하게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마음 한편에 있던 불안감들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잘하실 거예요. 다녀오실 때 아쉬움이 덜 남게 계시는 동안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고 오세요.”
마지막 인사때 해주신 그 말은 일 년 동안 나의 생활신조가 되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그래,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자!’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도 ‘그래, 아쉬움이 남지 않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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