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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살이 짐싸기는 출발 전날까지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0. 25. 08:50
1년 동안 우리가 살 지역인 NC(노스캐롤라이나)의 Cary(캐리)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서 기후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1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를 겪고 돌아오게 된다.
사계절을 대비해서 짐을 꾸려야 한다는 것은 여름 수영복부터 겨울 패딩까지 모두 챙겨가야 한다는 얘기다.
4인가족이 위탁할 수 있는 수하물은 총 8개,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 4개와 배낭 4개를 가지고 탈 수 있다.
카시트가 필요한 연령의 자녀가 있는 경우엔 카시트 1개도 무료로 위탁이 가능하다.
과연 4인가족의 사계절 용품을 저 가방들 안에 다 넣을 수 있을까?
'미리 짐을 부치지 말고 최대한 미니멀한 1년을 보내고 오자.'
는 일념 하에 우리는 정말, 꼭 필요한 물품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록은 종이 한 장일뿐이다.
각 항목들이 어느 정도의 부피를 차지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함께 쓸 수 있는 것은 1개만 가져간다.
2. 여름옷과 겨울옷은 각자 10개씩만 가져간다. (봄, 가을을 위해서는 카디건과 바람막이 챙기기)
3. 부피가 큰 물품은 두고 간다.
4. 현지에서 절대 구입할 수 없는 식재료만 가져간다.
옷은 말이 열 개지 티셔츠, 블라우스, 카디건, 바지, 치마만 해도 벌써 다섯 개다.
'3박 4일 여행 갈 때도 이 정도는 가져가는데, 1년 살이에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니멀!'을 되새기며 걱정들을 떨쳐냈다.
사실 어딜 가나 쇼핑센터가 깔린 게 미국인데, 옷은 언제든 살 수 있다.
이렇게 줄이고 줄였으니 '이 정도면 되겠지?'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봤지만 택도 없는 일이었다.
이코노미 좌석의 무료 수하물 기준은 위탁 수하물은 23kg이다.
$50을 내면 32kg까지 가능하지만 그 무게를 넘으면 $200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짐을 미리 부치지 않은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줄여서 최대한 32kg 내로 만들어야 했다.
어떤 가방에 어떤 걸 넣을 것인가도 문제였다.
작은 가방엔 상대적으로 무거운 아이템을, 큰 가방엔 부피가 있지만 가벼운 물건들을 넣어야 각 가방의 무게를 맞출 수 있었다.
이 가방에서 저 가방으로 옮기고, 담았다가 빼고, 그러다 보니 계획했던 것들의 반도 못 담은 채 트렁크를 닫아야 했다.
이렇게 줄이고 줄여서 짐을 싸면서도 수하물 8개 중 2개는 식재료들로 채웠다.
"미국엔 한인마트도 많다는데 가서 사면 되지 가뜩이나 챙길 것도 많은데 먹을 것을 가져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인사이트들의 후기들을 보면 한인마트의 물건들에 대한 안 좋은 평가가 많아 '이건 못 먹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 하는 것들은 챙겨가기로 했다.
긴 시간 한국을 떠나 생활하려니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한국생활이 그리워질까 하는 염려에 더욱 식재료들을 포기 못했던 것 같다.
남편은 김치까지 들고 갈 필요가 있냐며 차라리 다른 짐을 더 넣자고 했지만, 미국 도착 첫날 첫 식사 때부터 가장 맛있게 먹고 첫 달 동안 삼시 세끼를 김치와 함께 한 건 바로 남편이었다.
특정 브랜드의 떡볶이소스는 우리의 향수병을 없애줄 치트키라 꼭 필요했고, 간편한 육수코인은 거의 모든 한식에 적용 가능한 아이템으로 이전에도 긴 여행 때 항상 챙겨 왔다.
그 외에 참기름, 국간장, 고춧가루, 잘 말린 멸치, 미역 등 우리 가족이 자주 먹는 식재료들을 챙겼다.
장거리를 이동하다 터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완벽하게 진공포장으로 밀봉하고 완충재로 잘 쌓아주었다.
입국심사 시 전체 수화물이 검색대를 통과하지만 무작위로 가방을 열어보는데, 그때 정체 모를 가루나 액체 같은 건 그냥 폐기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검역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이름표도 붙여두는 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고춧가루는 red pepper powder, 멸치는 anchovy, 참기름은 sesame oil.
이렇게 힘들게 쌌는데, 폐기되는 것 없이 무사히 통과하기를......
출발하기 전까지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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