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비자 (J1, J2) 발급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0. 19. 15:37
내가 미국 비자를 받을 날이 오다니.
3개월짜리 관광 비자도 아니고 1년짜리 J2비자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미국 대학교에 연구원으로 방문하는 남편은 J1 비자를, 그의 배우자인 나는 J2 비자를 발급받는다고 한다.
J1 비자(J-1 VISA Exchange Visitor Program)는 미국 교환방문 비자로 흔히 '학생비자'로 알려져 있다.
J-1 비자에 대해 찾아보니,
J-1 비자는 미국 비이민 교환방문 비자로, 국제 교류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교육자, 연구원, 학생 등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입니다.
문화교류의 목적을 가진 비자로 교환학생이나 인턴십,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비자입니다.
미국 학교에서 교수나 연구원을 미국으로 초청할 때도 사용되는 유형입니다.라고 나와있었다.
예전에는 교수들이 안식년으로 많이 이용하였지만, 최근에는 각 분야 전문가의 범위가 확대되어 자녀를 동반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받는다고 한다.
J1 방문 연구원 비자는 다른 비자에 비해 승인율이 높기도 하고 온 가족이 함께 출국해서 아이들이 미국 국공립학교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J1 비자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프로그램 종료일로부터 최대 30일 까지라고 하는데, 시작일 전 한 달도 미국에 체류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여러모로 우리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다.
J-1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프로그램 스폰서나 교육기관으로부터 허가서(DS-2019)를 받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미국에 간 시기가 2019년도였기 때문에 나는 이 서류의 이름이 'DS-2019'인 줄 알았다.
2020년에 신청하면 DS-2020인가 보다 했는데, 그냥 원래 이 서류의 명칭이 DS-2019이고 늘, 항상 DS-2019이다.
DS-2019가 도착해야 비자를 신청하는데, 생각보다 늦어져서 학교에 수차례 확인메일을 보내고 매일같이 FEDEX가 도착하진 않았는지 우편함을 열어보곤 했다.
비자를 받아야 그 후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출국할 수 있을 텐데, 촉박한 출국 날짜로 인해 마음만 급해졌다.
(코로나 이후로 이 부분이 약간 변한 것 같은데, 실제 우편으로 서류를 받기 전이라도 이메일로 DS-2019를 받으면 DS-160 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DS-160(온라인 비자 지원서)를 작성을 할 때엔 중간 저장이 필수이다.
질문 문항이 엄청 많은데 열심히 작성하다가 중간에 다운이 되는 바람에 멘털이 나갔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하나 입력하고 나면 강박적으로 저장을 하며 작성했다. (물론 J1 비자 발급대상인 남편이)
비자 신청 수수료와 SEVIS(미국 유학생 관리 시스템) Fee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때 입금한 계좌번호를 꼭 적어둬야 한다.
이렇게 신청을 마치면 비자 인터뷰 예약이 잡힌다.
(미국 비자 인터뷰는 학생들이 몰리는 시기엔 예약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넉넉하게 일정을 잡고 진행하시길)
드디어 인터뷰 날이 되었다.
J1 비자는 방문연구원으로 미국 대학에 초빙되면 연구과제를 수행하거나 어드바이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대사관에서 영어 인터뷰를 할 때 통역관을 쓸 수가 없다.
영어로 인터뷰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J1에게만 해당된다는 후기들을 보고 조금은 안심했다.
J1 인턴 비자를 위해 필요한 서류는 여권, 미국 비자용 사진, sevis fee 납부 영수증, DS7002(Training Plan), DS160, DS2019, 인터뷰 예약 신청서, 비자 신청비 납부 영수증, 영문 증명서(재학생: 성적증명서, 재학증명서 / 경력: 경력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주민등록등본 혹은 가족관계증명서, 재정 보증인의 재직증명서/사업자등록증명서 사본 + 명함, 재정 보증인의 영문통장잔고증명서, 재정보증인의 소득금액증명원 등 이 있다.
서류를 하나라도 빼먹었을까 봐 몇 번이나 검토를 했는지 모른다.
너무 서둘렀는지 인터뷰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미국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미국 대사관 근처에 가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경찰버스들이 많이 보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벌써 꽤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기다리다 보니 얼추 예약시간에 맞게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리다 보면 비자 목적에 따라 줄을 나눠 서는 구간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이민 비자이기 때문에 가끔 이민비자인 분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안내를 해준다.
'이민비자는 얼마나 머리가 복잡할까? 고작 일 년 가는 나도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다녀온 후에 느낀 거지만, 이민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단기 체류자의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대사관 입구까지 가면 여권을 꺼내 준비하고 예약시간을 얘기하라고 한다.
철커덩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을 지나 허리에 총을 찬 미국 직원들을 보니 갑자기 현실감이 확 밀려왔다.
핸드폰이나 배터리 같은 전자기기를 맡기고 소지품 검사와 검색대를 통과하니 왠지 긴장됐다.
다들 긴장해서인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이동만 하고 안내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2층으로 올라가면 모든 서류들을 제대로 챙겨 왔는지 일단 확인을 받는다.
지문을 찍고 인터뷰 대기 줄에 섰는데 인터뷰 창구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앞사람들이 인터뷰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의 질문들이 예상했던 대로였는데 우리 앞의 한 분이 좀 인상적이었다.
미국유학을 위해 비자를 신청하는 여자분이었는데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인터뷰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미혼의 여성은 미국비자받기가 꽤나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분위기상 비자신청이 거절될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웠다.
인터뷰하던 직원이 계속 영어로 질문하다가 이내 답답한지 한국말로 물어봤다.
"그러케 영어 모타면 미쿡가써 어터케 살꺼에요?"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예상대로 90%의 질문은 남편에게 향했다.
"어느 학교로 가는 겁니까?"
"얼마나 공부하다 올 계획입니까?"
"뭐 공부하려고 갑니까?"
"가족이 다 같이 가는 건가요?"
"애들은 몇 살입니까?"
"한국에서의 직장은 어떻게 하고 가는 거죠?"
"한국 직장은 뭐 하는 회사입니까?"
"한국에 돌아오면 그 회사에 다시 다닐 건가요?"
"미국에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질문들.
다행히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 나갔다. (남편이)
나에게 한 질문은, "남편과 같이 갑니까?" 단 하나였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해 간 내가 한 거라곤 남편 옆에서 방실방실 웃다가 "Good morning.", "Yes", "Thank you." 이 세 문장뿐이었다.
J1 비자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미국에 가는 분명한 목적과 한국에 다시 돌아와야 할 분명한 목적을 말하는 것 같다.
우린 이 두 가지가 분명했기에 비자승인을 거절당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인터뷰가 끝나고 살짝 허무함도 들었지만, 일단 큰 일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핸드폰을 돌려받으면서도 방실방실 웃으며 인사하고 대사관을 나왔다.
대사관 안과 밖은 공기의 냄새(?)라고 해야 하나?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아주 잠깐 미국에 방문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며 ‘이제 진짜 미국에 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설레었던 하루였다.
이로부터 3일 후, J1 비자와 J2 비자가 찍힌 여권이 집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1년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르니까 불안한거지 (3) 2023.11.02 1년살이 챙길것들 (0) 2023.10.30 1년살이 짐싸기는 출발 전날까지 (1) 2023.10.25 구글 지도로 미국집 정하기 (2) 2023.10.21 미국에서 1년 동안 산다는 건, 일탈? 어쩌면 모험? (0)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