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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 1년 동안 산다는 건, 일탈? 어쩌면 모험?
    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0. 14. 08:50

     

    평온한 나날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일주일에 하루는 중국어 스터디, 하루는 문화센터 강좌를 듣는 소소한 일들과 집안일로 오전을 보내다 보면 돌아오는 하교시간.
    매일 방과 후에 몇몇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러 오기도 하고,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 오후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적당히 생산적이고 보람찬 일주일이 지나갔다.
    주말이면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하고,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가볍게 동네 마실이나 다녀오는 아주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들.
    일상을 통해 느껴지는 행복이 만족스러웠다.



    잔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 건 작년 초였다.
    남편이 1년 휴직과 해외 연수 신청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회사에 그런 복지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는 결혼 초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이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일 수도 있다.

     

    '왜? 굳이?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하는 미국에 가서, 여행도 아니고 일 년씩이나?'

     

    안정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벗어나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동안 남편이 이 기회를 얻기 위해 얼마나  회사일에 헌신해 왔는지 알기에, "난 가고 싶지 않아."라고 바로 거부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이미 나는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해져 있었다.
    다행인 건지 남편은 그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발되지 않았다.

    나는 안도했고 남편은 근 한 달간 밤잠을 설치며 아쉬워했다.

     


    그 후로 1년이 지난 올해 초, 남편은 다시 한번 연수 신청을 했다.
    그런데 작년 이후로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이 사람이 얼마나 원하는 일인지를 알고 나니 내 생각만 하며 무조건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정말 바라고 원하던 기회인데 함께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아이들에게는 다시없을 좋은 경험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환경에서 1년 정도 살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어찌나 간사한지 일단 마음을 돌리고 보니, 모든 생활을 하는데 '미국에 갈지도 모르니까...'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리게 되었다.
    사야 할 물건들의 구입을 미루게 되고,  중국어에 밀려 아예 제쳐뒀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냉동실에 쟁여뒀던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비우기 시작했다.

    '애들 머리는 내가 다듬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헤어컷을 가르쳐주는 문화센터에 등록도 했다.

    미용실도 없는 무슨 오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오만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기 시작한 때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학교에 다니게 될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었다.

    5학년인 첫째에겐 슬며시 화상영어 학습을 권하고, 1학년인 둘째는 파닉스 연습을 시작했다.

    물에 뜨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수영 강습도 시작했다.

     

    미국에 갈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더니 남편은 올해의 해외연수 대상자로 발탁되었다.

    진정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일까?

    기쁨과 설렘으로 어쩔 줄 모르는 남편이나 현실감 전혀 없이 당황스러운 아이들과 달리, 나의 마음은 왠지 차분하기만 했다.

    어쩌면 진짜 준비를 하고 있던 건 나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음의 준비는 돼있었지만, 앞으로 겪어 나가야 할 일들은 현실이었다.
    출국 예정은 7월 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3개월.


    앞으로 3달 동안 1년살이의 거의 모든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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