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
당일치기 바다여행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8. 13:40
집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머틀비치에 있는 뷔페에서 점심 먹고 해변에서 좀 놀다 돌아오는 오늘의 목표! 한국으로 치면 속초 당일치기 여행쯤 될까? 무한리필되는 점심을 위해 아주 가볍게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12시 가장 뙤약볕이 내리쬘 때 머틀비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건 좋았지만 해변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예쁘지 않았다. 금모래빛의 고운 모래사장이라기보다는 어두운 빛의 진흙과 모래가 날씨가 맑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칙칙해 보였다. 흠, 우리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건가?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이라기보단 그냥 동네 주민들이 놀러 나와 있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잘못 온 듯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바다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점심 먹고 놀 거야. 옷 젖지..
-
영어책은 그림 읽기부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7. 08:50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한 첫날, 멀뚱히 교실에 앉아있는 둘째 아이를 보니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역시 한국에서 영어를 조금이라도 공부시키고 와야 했어.' 지금이라도 집에서 영어책을 읽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잔뜩 빌려오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습득력이 빠른 시기이니 금세 아이의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올 것만 같았다. 구글로 미리 집을 찾아볼 때 도서관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걸렸는데 생각보다 크고 이용시간도 한국보다 훨씬 길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회원등록을 마치고 한 바퀴 둘러보는데 아이들 책이 정말 많았다. 연령별로 나뉘어 있어서 수준이나 내용이 다양하고 표지나 삽화들도 다 너무 예뻤다. 그동안 ..
-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6. 08:53
집 앞 스포츠센터에는 1층부터 3층까지 높이의 거대한 클라이밍 벽이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YMCA가 아닌 이곳을 등록한 이유이기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은 보자마자 환호했고, 조금은 겁내지 않을까? 란 생각이 무색하게도 방문 첫날부터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안전요원이 근무하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었다. 보통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평일 오후엔 아이들로 북적였다. 첫 시작은 좀 여유롭게 하고 싶어서 그나마 좀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갔다. 주일 아침이라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스포츠센터에 가장 사람이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볼더링을 연습할 수 있는..
-
도시락을 싸줄께 (미국 급식 체험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5. 08:50
미국에 있는 1년 동안 아이들의 학력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 학교에 미국 학교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복잡한 내용을 영어로 대화해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가기 며칠 전부터 모의 대화문을 메모장에 적고 달달 외웠다. 아이들의 등록을 위해 학교에 처음 방문했던 날,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을 못 알아듣고 당황했던 게 떠오르니 더욱 긴장되었다. 더군다나 남편이 등교하는 날이라 이번엔 아이들 학교에 나 혼자 다녀와야 했다. '에잇, 이왕 학교에 가는 거 아이들이랑 점심도 같이 먹고 와야지.' 아이들 학교는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가거나 카페테리아 메뉴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아이들 급식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
NC 생명과학 박물관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30. 08:50
집, 전기, 핸드폰, 와이파이, 은행, 운전면허, 중고차, 아이들 학교, 그리고 소소한 장보기 등을 끝내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문득 그동안 정신없고 분주한 우리 곁에서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한국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출발하는 바람에 방학을 즐길 새도 없이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된 데다가, 매일같이 집에 친구들을 데려와 놀다가 여기 와서는 제대로 말 한마디 나눠본 적 도 없을 것 같은 둘째가 더 걱정되었다. 아이들이 아무 내색 없이 잘 지내는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게 미안했다. 그래서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Museum of life and science(NC 생명과학 박물관)에 갔다. 어린이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
영어, 잘하지만 못해요.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3. 08:50
대한항공을 타고 아틀랜타에서 내려 델타항공으로 경유하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입국심사가 길어지면 비행기를 놓칠까 봐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끝난 입국심사 덕분에 대기시간만 늘어났다. 지난밤을 짐 싸느라 꼴딱 새워 가뜩이나 멍한 상태의 나에겐 웅웅대는 사람들의 소리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안내방송이 백색소음 같았다. 그저 내가 미국에 와 있다는 걸 실감 나게 해 줄 뿐이었다. 긴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이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해서 뭐라도 좀 사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드디어 실전영어 1탄이 시작되었다. 주문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걸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샌드위치 하나, 햄버거 하나, 콜라 하나, 오렌지주스 하나.' "May I take yo..
-
본격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1. 08:50
인터넷에서 봤던 아파트 광고사진은 말 그대로 광고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열쇠로 문을 두 개나 열고 들어간 아파트는 부엌의 빌트인 가전들과 세탁기, 건조기를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포근한 카펫이 깔려있는 아늑한 인테리어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막상 실제로 보니 삭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집의 위치나 구조, 그리고 마룻바닥인 건 변함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입주청소를 막 끝낸듯한 깨끗함과 새하얀 벽이 마음에 들었다. 도착 후 며칠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짐을 정리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첫날은 밥을 먹고 씻고 쓰러져서 잠이 들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학교와 운전면허, 핸드폰개통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가져온 짐을 거실 한쪽 벽에 쭈욱..
-
메아이고투더배쓰룸?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0. 08:50
미국에서의 일 년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 준비와 행정적인 절차나 일정들은 완벽하게 챙기면서 정작 아이들이 맞닥뜨리게 될 낯선 환경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것을 마치 이사 가는 동네의 새 학교에 전학 가듯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리딩게이트'라는 영어책 읽기 프로그램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해 왔던 첫째 아이는 양치질만큼이나 몸에 밴 습관 덕분에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했다. 그래서 막연하게 '당장 말하는 건 안되더라도 5th grade 수업 정도의 영어 읽기 듣기엔 금방 적응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따로 영어 과외를 하거나 준비를 해 준 것이 없었다. 다행히 예상대로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다만, elementa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