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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이면 10박 정도는 해야지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3. 4. 09:00
미국에 있는 일 년 동안 아이들에게는 총 네 번의 방학이 있었다. 그 네 번의 방학마다 아이들과 미국 전역을 누비고 싶었지만 미국이 워낙 넓은 데다가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한 곳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심플하게 네 번의 방학 동안 동서남북으로 한 번씩 다녀오면 어떨까 싶었다. 일단 방향성이 생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대략적인 여행지도 추려졌다. 첫 번째 방학에는 아이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는 남쪽으로 여행지를 잡았다. 한국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출발했는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학기가 바로 시작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이번 방학은 여름방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첫 번째 방학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했던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올랜도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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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생일파티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22. 09:34
첫째 아이의 생일이 다가왔다. 우리 집으로 친구들을 부를 순 없고 마음 같아선 점핑룸 같은 실내놀이터를 예약해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러자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가장 문제였고 시설 예약부터 음식 주문에 파티 내내 호스트 역할까지 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고학년도 부모들이 생일파티에 같이 올까? 부모도 부모지만 애들이 하는 말을 내가 다 알아들을 수 있을까?' '혹시라도 애들이 트램펄린에서 뛰어놀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지?' '몇 명이나 올까? 설마 초대했다고 반 애들이 다 오면 어떻게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 게임룸 같은데라도 가는 게 어떻겠냐고 슬쩍 아이의 의향을 물어봤다. 하지만 그것도 평일은 다들 시간이 안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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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배운 것들을 보러 오세요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20. 08:50
이제 곧 방학이니 이번학기엔 더 이상 학교에 방문할 일이 없을 거라 마음 놓고 있었는데 1학년인 둘째 아이의 반에서 학부모들을 초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Rock Project Culmination'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번 텀 동안 배웠던 것들을 학부모들 앞에서 발표하는 날이라고 했다. 1학년이라 그런 걸까? 한국에서보다 학부모가 학교에 갈 일이 훨씬 많은듯한 느낌이다. 애들 학교에 가는 건 여전히 긴장되고 편하지 않은데...... 이번 학기의 주제가 'Rock'이라는 건 아이를 통해 알고 있었다. 지난번 워싱턴에 갔을 때 박물관 기념품샵에서 산 색색의 돌멩이들을 아주 소중하게 들고 학교에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이 돌들을 보여주고 싶다며 내가 알려준 간단한 영어문장을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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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단풍나무는 잘 지내고 있을까?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16. 08:50
아침 공기에 부쩍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아침저녁으로는 바람막이나 카디건을 챙겨야 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가 되었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며 보이는 가로수들과 산책로의 나무들에도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집 앞의 단풍나무도 한창 예뻐지고 있겠구나.' 한국에 있는 집 앞 단풍나무는 짧디 짧은 가을을 만끽하고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나의 소소한 힐링이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예쁜 빨강으로 물드는 청단풍은 봄의 연둣빛 새잎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단풍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슬슬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낼 준비를 하며 봄에 다시 만날 새 잎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기도 사계절이 분명한 지역이니 가을 단풍은 좀 보고 지나가야겠지?' 이 근방에서 단풍 나들이로 유명한 곳이 스모키마운틴이라 길레 1박 2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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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사냥을 떠나봅시다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13. 09:00
기다리고 기다리던 'Trick or Treat'을 위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5th grade인 반 친구들은 이제 그런 건 시시해서 안 할 거라며 쿨내 풍긴다는데, 첫째 아이는 혼자라도 온 동네를 돌아다닐 거라며 신이 났다. 아이들의 기대만큼이나 커다란 호박바구니는 마트에서 보자마자 오늘의 트릭오어트릿을 위해 마련해 두었다. 호박바구니를 가득 채워 돌아오자며 호기롭게 집을 나선 아이들은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나의 사진요청에 흔쾌히 익살스러운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우리 아파트엔 핼러윈 장식을 해 둔 집들이 별로 없었고, 현관등을 켜둔 집도 없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제대로 핼러윈 기분을 내기 위해건너편에 있는 타운하우스단지로 향했다. 단지 안의 거의 모든 집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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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사이드에서 열린 핼러윈파티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7. 08:50
핼러윈 일주일 전, 아파트 리징오피스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동안에도 소소한 이벤트들이 참 많았는데, 이번 파티는 규모가 꽤 큰 이벤트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마련하는 걸 보면 어쨌든 관리사무소(?)가 참 열심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아파트만 유난히 그런 건지 미국 아파트들이 원래 그런지 궁금했다. 그동안 많은 이벤트들에 열심히 참여하며 주말을 보내온 우리들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핼러윈 파티에 코스튬을 입고 오라는 공지에 첫째 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로 둘째 아이는 캣우먼으로 변신했다. 트릭오어트릿을 위해 보름 전부터 아이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의상이었다. 비록 아마존에서 가장 저렴한 해리포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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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천국에서 살아남기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2. 1. 08:50
쇼핑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빠듯한 예산으로 1년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수많은 쇼핑센터와 브랜드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동안 직구했던 브랜드들은 어찌나 세일을 자주 하는지 자칫하면 지갑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탈탈 털릴 것 같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90% 할인이라도 사지 않으면 100% 절약'이라는 말을 되뇌며 윈도쇼핑으로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 있었다. 바로 이월상품들을 모아둔 파격 할인코너나 천원샵같은 곳이었다. 딱히 쓸데는 없는 예쁜 쓰레기. 분명히 필요 없다는 걸 아는데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마다 카트는 버려둔 채 새롭게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장본 식료품들이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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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고?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1. 26. 08:50
1학년인 둘째 아이가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어머~어머~ 벌써 그렇게 친해진 거야?" 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반 친구들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낸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의 말에 의하면 요즘 같이 노는 친구들 중 하나라서 생일선물을 꼭 주고 싶다니 생일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초대장 가장 마지막엔 R.S.V.P. 란에 전화번호인 듯 한 숫자들이 적혀있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프랑스어인 Répondez s'il vous plaît의 약자였다. 영어로 표현하면 Reply Please,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회신을 해달라는 뜻이겠다. 적혀있는 번호로 그날 파티에 참석이 가능하고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마트에 가서 친구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골라보기로 했다. 들뜬 아이도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