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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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중고거래, 어디까지 해볼까?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11. 08:50
코스트코에서 사 온 매트리스박스는 한동안 우리의 식탁이자 책상이었다. 마룻바닥에 비닐을 깔고 밥을 먹거나 바닥에 엎드려 숙제하는 것처럼 바닥에 앉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건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당장의 불편함이 어느 정도 사라지자 빨리 가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희미해졌다. '1년 동안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살아볼까?' 하는 무모한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앉기에는 약간 높고 무릎을 세워 앉기엔 다리가 아픈 어중간한 높이에 다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간은 불편함을 느껴야 행동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문명이 발전하고 새로운 발명품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던데, 우리 역시 그랬다. 슬슬 박스책상이 불편해지고 더 이상은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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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바다여행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8. 13:40
집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머틀비치에 있는 뷔페에서 점심 먹고 해변에서 좀 놀다 돌아오는 오늘의 목표! 한국으로 치면 속초 당일치기 여행쯤 될까? 무한리필되는 점심을 위해 아주 가볍게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12시 가장 뙤약볕이 내리쬘 때 머틀비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건 좋았지만 해변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예쁘지 않았다. 금모래빛의 고운 모래사장이라기보다는 어두운 빛의 진흙과 모래가 날씨가 맑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칙칙해 보였다. 흠, 우리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건가?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이라기보단 그냥 동네 주민들이 놀러 나와 있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잘못 온 듯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바다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점심 먹고 놀 거야. 옷 젖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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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은 그림 읽기부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7. 08:50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한 첫날, 멀뚱히 교실에 앉아있는 둘째 아이를 보니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졌다. '역시 한국에서 영어를 조금이라도 공부시키고 와야 했어.' 지금이라도 집에서 영어책을 읽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잔뜩 빌려오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습득력이 빠른 시기이니 금세 아이의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올 것만 같았다. 구글로 미리 집을 찾아볼 때 도서관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걸렸는데 생각보다 크고 이용시간도 한국보다 훨씬 길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회원등록을 마치고 한 바퀴 둘러보는데 아이들 책이 정말 많았다. 연령별로 나뉘어 있어서 수준이나 내용이 다양하고 표지나 삽화들도 다 너무 예뻤다. 그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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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6. 08:53
집 앞 스포츠센터에는 1층부터 3층까지 높이의 거대한 클라이밍 벽이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YMCA가 아닌 이곳을 등록한 이유이기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은 보자마자 환호했고, 조금은 겁내지 않을까? 란 생각이 무색하게도 방문 첫날부터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안전요원이 근무하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었다. 보통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평일 오후엔 아이들로 북적였다. 첫 시작은 좀 여유롭게 하고 싶어서 그나마 좀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갔다. 주일 아침이라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스포츠센터에 가장 사람이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볼더링을 연습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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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싸줄께 (미국 급식 체험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2. 5. 08:50
미국에 있는 1년 동안 아이들의 학력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 학교에 미국 학교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복잡한 내용을 영어로 대화해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가기 며칠 전부터 모의 대화문을 메모장에 적고 달달 외웠다. 아이들의 등록을 위해 학교에 처음 방문했던 날,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을 못 알아듣고 당황했던 게 떠오르니 더욱 긴장되었다. 더군다나 남편이 등교하는 날이라 이번엔 아이들 학교에 나 혼자 다녀와야 했다. '에잇, 이왕 학교에 가는 거 아이들이랑 점심도 같이 먹고 와야지.' 아이들 학교는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가거나 카페테리아 메뉴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아이들 급식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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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생명과학 박물관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30. 08:50
집, 전기, 핸드폰, 와이파이, 은행, 운전면허, 중고차, 아이들 학교, 그리고 소소한 장보기 등을 끝내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문득 그동안 정신없고 분주한 우리 곁에서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한국에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출발하는 바람에 방학을 즐길 새도 없이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된 데다가, 매일같이 집에 친구들을 데려와 놀다가 여기 와서는 제대로 말 한마디 나눠본 적 도 없을 것 같은 둘째가 더 걱정되었다. 아이들이 아무 내색 없이 잘 지내는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게 미안했다. 그래서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Museum of life and science(NC 생명과학 박물관)에 갔다. 어린이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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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마트 탐방기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9. 08:50
첫날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 들렀던 코스트코는 너무나 익숙한 느낌에 마치 옆동네에 새로 오픈한 코스트코 매장에 온 것 같았다. 시스템이나 매장에서 나는 향취까지 한국에서의 그것과 똑같았고, 커클랜드 마크는 한국 브랜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히려 코스트코를 한인마트보다 익숙하게 돌아다니며 너무나 미국적인 마트에서 한국에 향수를 느끼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집에서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코스트코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여 쌀이나 생수, 그리고 고기를 구입했다. 미국은 고깃값이 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높은 등급의 소고기는 한우 가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멋모르고 미국에 있는 동안 스테이크는 실컷 먹어보자며 고깃값 무서운 줄 모르고 동네 마트에서 최상등급을 골랐는데,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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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급식이 그리워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8. 08:50
아이들 학교에는 널찍한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요일별로 메뉴가 달라서 이것저것 먹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스쿨뱅크에 미리 돈을 넣어두고 먹을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으로 매번 거의 열 자리쯤 되는 개인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번호를 잊어버려서 점심을 못 먹을까 봐 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을 가방과 옷 주머니 등 여기저기에 넣어주었는데,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은 금세 자신의 번호를 외웠다. 첫 일주일은 매일매일 달랐던 급식 메뉴에 대해 신나게 얘기해 주었다. 어떤 건 완전 자기 스타일이라 맛있었는데 어떤 건 정말 우웩 이었다고도 하고, 과자나 젤리 같은 간식도 살 수 있어서 엄청 재밌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미국식 급식에 익숙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주정도 지나니 아이들은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