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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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부림의 현장에서 삼시세끼의 기록미국에서 1년 살기 2024. 1. 4. 08:50
맛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거, 더 새로운 거에 열광하던 식도락이 불가능해졌다. 집 주변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 아니 도대체 음식점이 있긴 한건지조차 파악이 안 되니 외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나마 구글 평가가 좋거나 ESL친구들에게 추천받은 음식점 몇 곳에 가봤지만 우리가 원하는 맛은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겪어보는 팁 문화는 가뜩이나 비싼듯한 음식값을 더욱 부풀리는 듯해서 괜히 기분이 나쁘고 적응이 안 됐다. 차라리 먹고 싶은 건 만들어먹자는 생각에 본격적인 삼시세끼 집밥 생활이 시작됐다. 카카오스토리 기록용으로 찍기 시작한 집밥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왜 자꾸 밥 먹기 전에 사진 찍냐고 묻던 아이들은 어느새 적응이 돼서 말 안 해도 내가 사진 찍기 전까지 먹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머쓱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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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 세 끼, 집밥 이선생미국에서 1년 살기 2023. 11. 22. 08:50
미국 도착 첫날, 짐을 풀기도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거였다. 이틀 내내 기내식과 패스트푸드만 먹었더니 느글느글해진 속 때문에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온통 갓 지은 하얀 쌀밥과 김치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로 사 온 냄비를 뜯어 쌀을 씻고 밥을 안쳤다. 코스트코에서는 딱 한 종류의 백미만 판매하고 있어서, 혹시 안남미 같은 흩날리는 쌀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적당히 찰기가 있었다.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프라이팬에 굽고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와 마늘장아찌도 꺼냈다. 코스트코에서 사 온 일회용 접시에 밥과 반찬들을 담아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에 늘어놓고 앉아 식사를 했다. 별 거 없는 조촐한 식사였지만 정말 정말 맛있었고 긴 여행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국..